나의 어릴적, 농주(막걸리)는 농사군 집의 필수품으로
농업 생산의 수단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농주 막걸리(밀주)와 면단위 막걸리 양조장의 관계는
왜정시대 때 부터 관리하여 오던 주세정책에 기인 하다가
해방이 되고 식량난에 기인한 쌀 소비 억제책으로
인가 된 양조장을 빼곤 엄격히 금지 되었었지요.
그리곤 90년대 후반 쌀개방 정책으로 쌀 소비 진작 차원에서
가정에서 가양주 담는 것이 허용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릴적 관에서 술조사 나왔다 하면 온 동네가 난리 법썩이었답니다.
동네 어귀에 들어선 조사원을 보면 여러 가지 교묘한 방법으로 집집마다 알리게 됩니다.
동네 조무라기나, 할머니등이 신속하게 알리면 대문이나 삽작을 걸어 잠그고는
뒷곁이나, 산으로 피신을 하지요.
때론 술단지 들고 두엄탕이나, 잿간등으로 잽사게 들고 납니다.
나뭇간의 바닥 구덩이의 비밀 장소도 있구요.
그래도 냄새 나는 단지는 재수 없으면 들키게 되고, 지서나 면소재지에 출두하여
벌금을 물게 되고 큰 희생을 치르게 됩니다.
그런데 때론 세월이 하 수상하여 누런봉투 들고 검은 바지에 흰 남방을 입은
가짜 술조사군에게 들키는 날이면 또한 얼렁뚱땅 뇌물(?)이나
즉석에서 토종닭 잡아 거나하게 대접하는 것으로 결론 내기도 하지요.
어머니께서 한 번은 술 단지가 노출 되었었는데 언년네 순애가 급히 쳐들어와
술조사가 나타났다 알려 주어 허겁지겁 두엄탕으로 가 소똥과 짚으로 혼합된
거름더미 속에 단지를 감추어 위기를 면한 적이 있답니다.
우리 어머닌 명절 때 말고도
이른 봄이면 살얼음 깨고 서마지기 긴 논뚝을 가래질 하여야 못자리를 할 수 있으니
막걸리 없인 일 못하는 것으로 알고 특유의 주법으로 막걸리(밀주)를 빚지요.
모내기 할 때와, 6월의 김매기, 벼베기, 타작등 힘든 농사일을 거두는 일군들 먹이기 위해
부엌 살림의 하나인 술 담그기는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동네에 술맛 좋기로 소문나 웬만한 일꾼들은 우리집 일하는 날을 기다리기도 하였구요.
그 때마다 부엌에서 난 꼬맹이지만 고두밥도 식히면서 주워 먹기도 하고,
술 거를 때면 쳇도리에 범벅 술찌게미를 두손으로 모아쥐고 짜기도 하면서
한 모금 마시고 하다 보면 어느새 얼굴은 붉어 지기도 합니다.
그 달달한 맛이라니......
이제는 안 계신 어머니가 그리운 건 막걸리 맛같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지요.
막걸리는 그래 가식이 없어 좋다.
고추 가루와 양념 간장으로 무친 콩나물 무침은 천상 음식 궁합이 좋기로 비교할 수 없다.
동네 태평할머니나 고디미 할머니는 어릴적에 보면 막걸리에 밥말아드시던 것을 보았습니다.
치아가 없어 밥 말아 드셨지만 천수를 다하여 100세까지 사셨으니 그 추억이 아련합니다.
한 여름 남아있는 늙은 호박을 어떻게 처분할까 고민 하다가
마침 막걸리를 빗기로 하고 번잡한 살림을 벌이게 되었네요.
울릉도 호박 막걸리가 생각 나기도 하고 하여....
여름 술 담그기는 잘해야 본전이지요.
날씨가 무덥고 자칫 시간을 놓치면 시어서 술맛을 버리지요.
여름철엔 보리술 담가 신 맛에도 불구하고 달게 드시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먹을 거리가 마땅 찮은 데 시골에서 더위에 땀 흘리시고 마시는
초할애비(시다는 뜻) 막걸리라도 그게 어디인가 하셨지만요...
늙은 호박을 씻어
무쇠솥에 푹 삶아 주고
푹 삼긴 호박속을 발라 내지요.
쌀 고두밥이에요.
누룩과 고두밥을 섞어 식혀 놓습니다.
호박속과 고두밥, 누룩이 고루 섞여 단지에 넣고 찬 물을 부어줍니다.
72시간만에 발효된 술단지...
쳇도리를 쳇받침에 올려놓고 술 찌게미를 걸러내립니다.
빈 와인병에 막걸리를 담았습니다. 그래도 막걸른 술이지만 모양 새만은 이뿐 병에 담갔지요.호호호호호....
달달한 맛을 위해 설탕으로 간 하였답니다.....
차게해서 들면, 그리고 아주 약간의 초맛은 청량감을 더해줍니다.
여름 건강하게 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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