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옮니다.
여름철 농부들은 비오다 그친 사이 사이에 일 들을 몰아 처리한답니다.
그러다 쏘나기 한줄금 퍼부을 지경이면,
비에 젓는 일은 아랑곳 하지않고 온몸으로 받아 들이며,
손에 쥐고 있던 일을 대충 마무리 하고서 피하거나 멈추지요.
어린시절, 새치발 앞산에 뿌옇게 소낙비가 몰려 올 때면
여나믄 가구가 사는 동네는 온통 법석 날리이지요.
"명구야! 새치발에 비들어 온다 소몰고 와야지~~~~!" 외치는 소리와 함께 갱변(냇가)에 매어 놓은 소 몰러 내닿는 아이들,
매애매애 어미염소가 새끼들 거느리고 논둑길로 내닿는 소리, 빨래줄에 빨래 걷고 장독대 뚜껑 닫는 일이며
밀, 보리 멍석에 널어놓은 것 거두어 담느라 야단법석에 이웃들과 댓살먹은 코찔지리 아이들까지 가세하지요.
어릴 적 시골 여름날의 한 단상을 추억해 보았습니다.
우리네 인생 삶의 모습이 이러한 것 같아요.
때론 평화롭고, 때론 소나기가 몰려 올때 처럼 허둥대고........
비를 있는대로 맞아야하거나 피하기도 하는 모습이 한평생을 살아가는 모습 같습니다.
어제도 그러한 날이었지요.
휴일 오후에서야 짬이 나고,
미루다 보니 어느 새 들깻 모종은 키가 웃자라고(아직은 좀 괜찮은 정도) 수분이 많은
상태에서 자라다 보니 줄기가 연약하여 다루기가 좀 까다롭답니다.
중3 아들 짬을 내어 텃밭에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작업복이 아닌 잘 차려입고...날씨는 잔뜩 꾸물거리거나 말거나 나섯지요.
텃밭은 작년에 거두어들인 밭고랑 그대로 갈아 엎지도 않은 상태에서
예초기로 풀만 제거 하였지요.
그러다 보니, 호미로 심는 것은 능률이 나지않아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아들은 모종을 3개씩 구덩이 마다 한 포기에 늘어 놓는 일을 하였답니다.
끈끈하고, 덥고, 모기가 대드는 상황에서 아무 군말없이 따라주니
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지요.
실은 요즘 아들이 많이 고분 고분하여졌답니다.
사춘기 때 아이들이 그러하듯 부자간에 대화가 좀 소원하게 되지요.
몇해전 부터 가지고 싶던 게임기를 사주기로 약속하였지요.
가격이 무려 33만원, 부담되는 일이라 미루어만 왔었는데,
중간 이하에서 머물던 성적이 상위권에 진입하였거든요.
공부하란 소린 안해요. 제 스스로 정한 목표로서
3학년이 되어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게 된 것이랍니다.
들깻모를 반쯤 심고나니, 비가 쏟아지는 거에요.
아들과 난 온 몸을 적셔가며 피하지 않고 끝내고 나니
팬티까지 다 젖은 상태가 되고,
오히려 다 망쳤을 때 오는 쾌감! 시원하고 후련한 느낌까지 들었지요.
이어서 집에와 몸 단장을 하고 나니 찾아 오는 평온함이란 기분 좋은 일이고,
토욜 오후 결국은 날궂이를 제대로 한 하루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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