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태어나 살던시골에 양서방이 살았구요.
50년대 후반 대여섯 살 때인 것 같습니다.
늘 뒷곁에 가면 대패밥과 깡통엔 아교가 끓고 있었으며
칠하기 위한 옻칠 냄새가 자극적으로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였지요.
주변 동네 출가하는 규수들 혼수장만 장농을 비롯해 개다리상이나
생활 가구를 만들어 생업을 꾸려갔지요.
지금은 80을 넘긴 사촌누이가 도회지로 시집가던 날
다 만든 장농과 반닫이등을
동네사람을 동원하여 지게에 지고 삼십리 길을 운반하였던 일을
어머니로 부터 들었습니다.
소목공인 양서방은 술을 아주 좋아했던 관계로 어머니는
새참에 식사까지 시중드느라 여간 고생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술이라도 떨어지는 날에는 야단이나고 조카딸 혼수마련하다
어려운 일을 겪으신 거지요.
그런데 그 혼수 마련하는 도중에 우리 6남매를 위해 아버지는
앉은뱅이 책상을 부수적으로 마추어 주신겁니다.
그 시절 방바닥에 엎드려 숙제하고 그림 그리고 하던 때에
시골 살림에 책상하나 들여 놓은 것은 정말로 대단한 호사입니다.
그야말로 앉은뱅이 책상이다 보니 호롱불에 꾸벅조는 날에는
머리카락을 불에 태우는 일도 빈번하였답니다.
그러던 책상이 이제는 반백년이 넘어 집안장식으로 자리잡고
복잡한 세상 허전하거나 번민스러울 때 책상다리하고 앉아 봅니다.
말없이 지켜준 자리와 학업을 하게 도와준 책상이
더없이 고마운 것을 길이 보전하여 물려줄 양으로 아이들에게
스토리 텔링을 이어갑니다.
이제는 고인이된 술을 좋아했지만 사람 좋던 양서방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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