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이야기

[스크랩] 지게와 장작

가래산 2015. 12. 13. 10:41

 

 

 

 

지게는 한국의 대표적인 운반기구 중 하나였다. 지게는 양다리방아와 더불어 한국에서 발명한 가장 우수한 연장 중 하나이다. 처음에는 ‘지개’로 불리다가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게’라는 말이 처음 나타나 있는 책은 1690년(숙종 16)에 나온 『역어유해(譯語類解)』이다. 청나라 말 교본이었던 까닭에 지게의 뜻을 풀어서 ‘배협자(背狹子)’로 적었으며, 1748년(영조 24)에 출간된 『동문유해(同文類解)』(만주말 자습서)의 저자도 이를 따랐다.

 

지게를 우리말에 가깝게 적은 최초의 책은 1766년 간행된 『증보산림경제』로, 저자는 이를 ‘부지기(負持機)’로 적었다. 지게를 나타낸 ‘지기’에 ‘진다’는 뜻의 ‘부(負)’를 덧붙인 것이다. 이를 통해 보면 ‘지게’라는 이름이 18세기 무렵 이미 굳어졌음을 알 수 있다. 몸은 주로 소나무로 만들며 처음부터 이를 쓸 사람의 체구에 맞도록 깎는다. 한 농가에 여러 틀의 지게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게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두루 사용하고 또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어 형태나 크기, 등태의 모양 등이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세장은 밤나무나 박달나무 같은 단단한 목재를 쓴다. 가지가 약간 위로 벋어 난 자연목 두 개를 위는 좁고 아래는 벌어지도록 세우고 사이사이에 세장을 끼우고 탕개로 죄어서 사개를 맞추어 고정시켰다. 위아래로 멜빵을 걸어 어깨에 메며, 등이 닿는 부분에는 짚으로 짠 등태를 달았다. 지게를 세울 때는 작대기를 세장에 걸어서 버티어 놓는다.

 

곡물을 비롯하여 나무·거름 등 사람의 힘으로 나를 수 있는 대부분의 물건을 옮기는 데 쓰며 건장한 남자는 한 지게에 50∼70㎏을 싣는다. 무게는 5∼6㎏ 내외이다. 경기도 반월에서는 세장이 여섯인 지게가 사용된다. 이것은 세장의 수가 가장 많은 예이다. 지게 몸은 대체로 직선을 이루고 있으나 전라도 일부에는 중앙부가 가장 좁고 상하부가 밖으로 약간 벌어지게 만들어 쓴다.

 

또 등태는 짚으로 방석처럼 짜서 대는 것이 보통이나 강원도 도계에서는 세장과 세장 사이를 새끼로 두껍게 감아서 등태를 대신한다. 전라북도에서는 새끼로 등판을 얇게 짜서 붙인 다음 짚을 반으로 접어서 두툼하게 우겨 넣어 쓴다. 그러나 전라북도 위도에서는 등태를 전혀 대지 않고 세장을 너르게 깎았다. 도서지방이므로 지게로 짐을 옮겨야 하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이곳의 지게는 목발에 구멍을 뚫고 밀삐를 꿰어 넣은 다음 옭매어서 고리를 삼았다.

 

평야지대에서는 새고자리의 너비가 대단히 좁은 반면 목발과 목발 사이가 많이 벌어진 지게를 쓴다. 그리고 지게 몸의 길이가 길어서 짐을 지고 가던 사람은 무릎을 약간 구부리기만 해도 땅에 닿아 쉴 자리를 따로 구하지 않고 아무데에서나 지게를 내려놓을 수 있다. 한편, 산간지방에서 사용되는 지게는 몸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몸이 길면 비탈을 오르내리는 데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정읍·부안·김제 등의 중서부지역에서는 지게의 몸과 가지가 별도로 구성된 특이한 것이 사용된다. 몸은 소나무이나 가지는 참나무를 깎아서 만들고 몸에 구멍을 뚫어 끼웠으며, 가지의 힘이 약한 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가지와 몸을 새끼로 묶어 놓았다.

 

이 때문에 가지와 몸 사이의 각도가 45°쯤으로 좁아져서 짐을 실을 공간이 많이 줄어 볏단처럼 부피가 많은 것을 실을 때에는 긴 작대기 둘을 허리세장에 가위 다리모양으로 꽂는다. 따라서, 짐의 무게중심이 사람의 어깨에 실린다. 이러한 형태의 지게가 어째서 이 지역에만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지 사람들은 단지 예전부터 이러한 지게를 사용해 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호남의 일부 지역에서는 쟁기나 극젱이를 논밭으로 옮기기 위한 ‘쟁기지게’를 따로 만들어 쓴다. 이의 형태는 보통의 지게와 비슷하나 가지가 둘째 세장에서 하늘을 향하여 곧게 돋아나고 등태를 쓰지 않고 쪽나무로 대신한 점이 다르다. 가지 길이는 15㎝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한 틀의 무게는 4㎏이다.

 

지게에는 이밖에 쪽지게·옥지게·거지게·물지게 따위가 있다. 쪽지게는 나무쪽을 모아 만든 것이다. 지게는 보통 가지가 달린 소나무를 깎아 만들지만 이것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쪽나무나 각목 따위에 못을 박아 지게처럼 꾸며서 쓴다. 오늘날 대도시의 지게꾼들은 모두 각목으로 만든 쪽지게를 쓴다.

 

이 지게는 6·25전쟁 때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산꼭대기의 진지에 노무자들이 식량·탄환 따위의 보급물자를 지게로 져 날랐던 것이다. 미군들은 이 지게를 A자모양의 틀(A frame)이라고 이름지었다. 한편, 예전의 보부상들이 썼던, 가지가 달리지 않은 맨지게도 쪽지게라고 불렀다. 근래에는 등짐장수들도 이와 같은 지게를 썼다.

 

옥지게는 강원도 산간지방의 지게로 일반 지게와 달리 참나무로 만든다. 형태는 보통 지게(이곳에서는 이를 소나무지게라는 뜻으로 솔지게라 부름)와 같으나 다만 가지 끝이 하늘을 향해 구부러졌다. 물매가 급한 산에서 땔나무 따위를 가득 실어 나를 때 사람이 지게를 지기 어려우므로 이를 끌어내리기 위해 가지를 직각에 가깝게 구부려 놓은 것이다. 사람은 지게 아랫도리를 두 손으로 쥐고 앞에서 끌어내린다.

 

거지게는 길마 양쪽에 걸어, 굵고 긴 나무나 돌 따위의 무거운 짐을 소에 실어 나를 때 쓴다. 길이는 보통 지게보다 짧으며 세장도 둘뿐이다. 물지게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농가의 지게와는 형태와 기능이 전혀 다르다. 다만, 지게처럼 등으로 져 나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하역장 같은 데에서 무거운 짐을 들어올려 차례로 쌓거나 다른 곳으로 나르는 작은 차도 지게차라 부른다.

 

일본인들이 쓰는 지게는 우리 나라에서 건너간 것이다. 그들은 지게를 ‘조센가루이’ 또는 ‘조센 오이코’라 부르며 대마도에서는 우리 이름 그대로 ‘지케’ 혹은 ‘지케이’라고 한다. 한편, 일본 학자 가운데에는 그들이 예전부터 가지가 달리지 않은 쪽지게를 많이 써왔음을 들어 이 지게만은 일본에서 발생했다는 주장도 펴나 이것도 우리 나라에서 건너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지게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 명칭이 있다.

① 새고자리:지게의 좁아진 맨 윗부분. ② 세장:지게의 두 짝이 서로 짜여 있도록 가로질러 박은 나무. 지게에는 보통 4, 5개의 세장이 있다. 맨 위의 세장을 ‘윗세장’ 또는 ‘까막세장’이라고 한다. 윗세장 바로 아래의 것이 ‘밀삐세장’이다. 이에 밀삐 위끝을 매며 등태끈도 닿는다. 가운데 있는 세장은 ‘허리세장’으로 등태를 받쳐 준다. ③ 가지:짐을 떠받치는 나무. 지게 몸에서 조금 위로 뻗어 나왔다.④ 등태:지게를 질 때 등이 닿는 곳. 짚으로 퉁퉁하게 엮어서 댄다. ⑤ 목발:지게 몸의 맨 아랫부분. ‘동발’이라고도 한다. 멜끈의 아랫도리가 걸리도록 턱을 쳐놓았다.

 

⑥ 밀삐:짚으로 엮은 끈. 밀삐세장과 목발에 묶는다. ⑦ 탕개줄:지게의 몸과 몸이 빠지지 않도록 감아놓은 줄. 이 사이에 나무꾼들이 낫을 걸기도 한다. ⑧ 탕개목:탕개줄을 비비틀어서 풀리지 않도록 질러 놓은 나무. ⑨ 동바:지게에 짐을 싣고 위로 눌러 매기 위하여 목발에 매어 가지에 감아놓은 줄. ⑩ 지겟작대기:지게를 세울 때 버텨 놓는 끝이 아귀진 나무. 지게를 지고 비탈길을 내려올 때 지팡이로도 쓰며 풀섶을 헤쳐 나갈 때 이것으로 길을 트기도 한다. 지게꼬리:지게에 짐을 싣고 잡아매는 줄. ‘지꼬리’라고도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지금은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옛날 농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농기구 중의 하나가 지게였다. 지금도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시장 등 좁고 복잡한 상가건물에서 물품을 운반할 때에는 지게를 이용하기도 한다. 산촌생활을 시작하면서 겨울준비로 화목 난로에 사용할 장작을 준비하느라고 오늘은 지게를 저 보았다. 농촌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면서 젊은 시절에는 지게를 지고 일을 하기도 하였었지만, 30세에 서울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지게와는 거리가 멀었었는데 40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금 지게에 장작을 만들어 짊어지고 일어나니 뒤뚱거린다. 장작 짐을 진 채로 잠시 서서 중심을 잡으면서 조금씩 걸어보니 먼 옛날 지게를 지던 때의 균형감각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다.

 

캠프 주변에 고사한 나무가 많아 이를 겨울철 화목 난로에 사용하기 위해서 화목 난로에 잘 들어갈 수 있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지게에 올려 싣고 지게꼬리라고 하는 끈으로 단단히 조여 묶어 지게질이 서툴러 뒤뚱거려도 장작더미가 쏟아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고 다니니까 한번은 균형을 잡지 못하여 장작더미를 바닥에 쏟기도 하였었지만, 그런대로 할만하다. 나무가 죽은 지 오래여서 반은 썩고 가뭄에 바짝 말라서 가볍고 장작을 조금 짊어졌으니까 그렇기는 하겠지만, 나름대로 노인네라 생각하면 많은 양의 장작더미를 짊어진 게 아닌가 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 보기도 한다. 캠프에서 작업장까지의 거리가 100m도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니까 그렇기도 하겠고 아마 멀리 간다면 무척이나 힘들겠지. 그래도 틈나는 데로 장작을 준비해놓아야 겨울철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파란마음 파란세상
글쓴이 : 파란마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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