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시루 콩나물
겨울철이 오면 농가의 살림살이는
충분하지 못한 식량에 끼니 때를 잘 넘기는 것이
추위를 극복하고 새봄이 올 때 까지 견디는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지요.
논두렁에 심어 기른 콩나물 콩은 일명 논두렁콩이라 하기도 해요.
겨울철 김치와 더불어 비타민 C를 섭취하는 중요한 식자재 였고,
시골에선 집집마다 윗목의 한 구석엔 질시루 앉혀 놓고 콩나물을 길러 먹곤 했지요.
어머니는 새벽 일어나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콩나물 질시루에
물을 주시는데 지금도 그 물 내리는 소리가 귀가에 생생하게 기억 납니다.
시골동네에서 혼인 잔치가 있게 되면
콩나물 한 시루나 인절미 한 말, 절편 한 말 등등
이웃끼리 앞앞이 부조하던 풍습이 있었고,
콩나물 무침도 잔치상에 빠지지 않은 것은
막걸리가 보편적인 잔칫술로 두 음식이 꽤나 궁합이 좋았던 때문이기도 합니다.
콩나물은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김치썰어 넣고 콩나물과 호박고지 멸치를 보태 넣으면 김치콩나물국이 되고,
콩나물과 흰 쌀을 넣고 감자를 삦어 넣어 끓인 콩나물죽은 소화가 되지 않고 입맛이 없을 때 좋고,
콩나물 맑은 국, 시금치 콩나물국, 시래기콩나물국 그리고 북어해장국은 술마신 다음날의 술국(숙취해소)으로 그만 입니다.
이처럼 우리 쌀밥과 잘 어울리는 반찬 재료인 콩나물이
참으로 고맙고 귀하다 할 수 있겠지요?
오랜만에 추억의 콩나물 질시루를 앉혀 보았습니다.
이틀 된 촉을 튼 쥐눈이 콩을 시루에 앉혀 놓고
쳇도리(쳇다리)에 올려놓고 물을 끼얹어 주지요, 시시때때로.
물주는 것이 부족하고 마르면 생존을 위해 실 뿌리가 성하게 되어 다듬을 때 성가시게 됩니다.
촉을 틔우기 시작한지 일주일 되었습니다.
속이 꽉찬 시루 윗쪽에서 쏙쏙 뽑아내어 다듬고 사용하면 되지요. 남은 것들은 계속 물을 주어 기를 수 있고요.
반드시 검은 천이나 뚜껑등으로 빛을 차단 해주면 콩나물 대가리가 파랗게 엽록소가 생기는 것을 막아 주지요.
기르는 멋과 맛 있는 식재료인 콩나물은 사랑받기에 충분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