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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와 신동엽시인의 시 - 산문(1)

가래산 2012. 11. 3. 23:19

찬 서리 늦가을에 마음마저 스산한데,

대통령 선거로 말 많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이 때에 아주 잘 어울리는 시가 있었으니

벌써 44년 전이랍니다.

신동엽시인의 산문(1)이라는 시이지요.

 

정치보다 시를 공부하는 것이 훨씬 살 맛나는 거 아닐까 해서

시를 올려봅니다.

시인이 살고자하는 세상을 어찌도 이렇게 오래전에

작금의 현실을 꿰뚫어 풍자하고 비판 하였는지?

계절적으로도 우연히 11월에 딱맞는 시인 것 같습니다.

 

시인은 1930~1969년 부여태생으로 월간 문학 (1968.11월, 창간호)에

수록 되었으며 산문시의 형식이지요.

 

산문이란 리듬이나 운율에 구애받지 않고, 형식이 없이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쓴글을 말하며

산문의 형식으로는 평론, 일기, 소설, 희곡, 수필, 신문기사 등이 있다.

 여기서 산문시란 산문형식으로 된 시로서 시항을 나누지 않고 리듬의 단위를  문장 또는 문단에 둔다.

 

산문시[散文詩1]

 

 

충남 부여출신 신동엽(申東曄)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고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 리본을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鑛夫)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텍거럿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겠소. 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 서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갯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일음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 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짐 한 타작소리 춤 사색(思索)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 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大統領)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